입소스 글로벌 트렌드 2023 (2) : 데이터 윤리, 기술 혁신, 세계화

인터넷의 등장과 세계화로 인류의 문명은 어느 때보다 빠르고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21세기에 이르러서는 간단한 개인 정보만 있으면 글로벌 콘텐츠를 소비하고 전자상거래까지 가능할 수 있게 발전했죠.

여기에 냉전 종식과 함께 전 세계 단일 시장이 형성되면서, 자유로운 무역과 기술 협력을 통해 글로벌 국가들이 상호 의존하는 생태계인 세계화가 형성되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미국 기업 애플의 아이폰을 구매하고,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방영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술 혁신과 세계화는 인류에게 새로운 세상을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세계화보다 지역화가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빅테크 기업들의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기술 혁신이 가져올 미래와 윤리적인 고객 정보 운용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트렌드 2023 시리즈의 두 번째 콘텐츠로 ‘데이터 윤리’, ‘기술 혁신’, ‘세계화’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를 함께 살펴 볼게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세계의 우려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정보 하나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손쉽게 새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지인이 공유해준 뉴스 기사도 데이터 수집 동의만 하면 편하게 읽을 수 있죠. 개인정보가 하나의 ‘통화'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언론을 통해 고객 정보 해킹과 유출, 사기, 스팸, 정치적 악용 등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람들은 여전히 개인정보 보안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해 SNS를 시작으로 AI와 양자컴퓨터 기술 발전으로 데이터 보안에 대한 위협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현황입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글로벌 시민 81%가 ‘새로운 기술 발전으로 프라이버시가 일부 침해될 것'이라고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고객에게 데이터 수집에 대한 선택권을 주거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법을 강화하는 등 고객 정보에 대한 투명성 있는 운영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응답자의 81%는 ‘프라이버시 침해를 피할 수 없다’, 65%는 ‘정부의 개인 정보 활용을 우려한다’라고 답해,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전 세계 시민의 우려가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기업과 정부의 온라인 정보 수집에 너무 걱정이 많다'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글로벌 의견이 반으로 나뉘었습니다. 대체로 서구권 국가들과 아시아 중에서도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에서 데이터 수집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발도상국이나 동남아시아, 남미 국가는 국가 특성상 개인정보 수집에 적극적이지 않아 크게 우려하지 않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한국은 유독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이해’(67%)보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우려(73%)가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기업과 정부의 온라인 정보 수집에 너무 걱정이 많다'라는 질문에도 ‘과도한 걱정이 아니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12%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나 휴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관행이 문제점으로 지적받아 왔습니다. 게다가 최근 일부 기업들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기 사건이 급증하면서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우려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인도에서도 ‘정부의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우려’가 2013년(68%) 대비 2022년(82%)에 많이 증가했습니다.

데이터 보안 이니셔티브가 확장되면서 고객 개인정보 활용의 투명성과 고객의 선택권이 커지고 있습니다. 2021년 애플은 자사 운영체제 iOS에 앱의 사용기록 추적 여부를 사용자에게 알리는 ’앱 추적 투명성(ATT)’ 기능을 추가했고, 구글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죠.

개인 정보가 자산과 같이 여겨지고, 개인정보보안 강화에 대한 흐름이 시작된 것은 분명합니다. 쿠키 없는 세상으로 향하는 지금, 마케터와 기업들은 또 다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구상해야겠지요. 개인정보 운용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무분별한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방안도 함께 고민해 나가야 겠습니다.

기술 발전은 정말 우리에게 이득일까?

인터넷, 자동차, 스마트폰, 가전 등 다양한 기술들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 삶과 생활 속에 각종 첨단 기술들이 자리 잡게 됐습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이 우리 삶을 정말로 이롭게 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SNS는 ‘디지털 디톡스'가 유행할 정도로 사람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죠.

또한 그동안 빅테크 기업들의 규모가 세계적으로 커지면서 국가 보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정부 인사들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비용 감소를 위해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사람들은 기술 발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대체로 기술의 필요성, 특히 ‘인터넷의 존재’(71%)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그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SNS 기업들에 대한 경계심'(81%)과 ‘기술 발전이 내 삶을 파괴할 거란 두려움(60%)’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국은 ‘인터넷의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이 공감(82%)하면서도 ‘기술 발전에 대한 두려움'(63%)도 글로벌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97%이고 인터넷 접근성이 뛰어나면서, 동시에 로봇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나는 등 기술 진보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이한 점은 ‘인터넷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는 사람들일수록 ‘기술 발전에 대한 두려움'도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항목에 대해 적극 동의하는 비율은 ‘25세~34세' 응답자가 가장 높았는데요, SNS를 많이 사용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우울증이나 자존감 하락 등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디지털 디톡스 활동이 유행하고 있는 것도 기술 발전에 대한 두려움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메타버스, AI 등 미래의 기술이라 생각되던 것들이 어느새 우리의 일상 속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기술의 이면에는 어두운 면도 있기 마련이죠. 최근만 해도 챗GPT 활용 서비스의 급속 증가는 큰 환호와 우려를 함께 불러일으켰습니다.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악용의 위험이 큰 경우 섣불리 공개했다가는 오히려 인류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기술 기업들은 추후 신기술이 사회에 미칠 순기능뿐 아니라 역기능 또한 깊이 있게 파악하여 적절한 보안 조치와 함께 기술이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규제 및 환경 조성이 필요하겠습니다.

세계화와 지역화 사이에서

지금 세계는 세계화와 지역화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을 시작으로 세계화 시대가 열렸습니다. 자유로운 세계 여행과 문화 교류 확대, 저렴한 노동력과 국제 공급망 구축으로 값싼 제품/서비스가 공급되면서 세계인들이 세계화로 많은 혜택을 누려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국제적 갈등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위협받기 시작했고, 민첩하면서 유동적으로 제품 공급을 안정화할 수 있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과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사람들은 세계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계화에 대해 약 10명 중 6명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글로벌 공급망의 수혜를 입는 국가들일수록 높은 응답률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스스로를 세계 시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45%)도 낮지 않았는데요, 캐나다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세계 시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경우, 세계화로 인한 국익(74%), 세계 시민(Net 14%)으로서의 인식 모두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한국이 수출국이라는 점과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다양한 글로벌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시민으로서의 의식이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과 로컬 브랜드 제품에 대해서는 남미와 아시아 국가들에서 유독 글로벌 브랜드의 선호도가 1년 사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국가 국민들이 로컬 브랜드의 제품 품질과 경쟁력을 글로벌 브랜드보다 낮게 생각한다는 것이겠죠.

세계시민 의식은 다소 의견이 갈렸지만, 세계화와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긍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만큼 앞으로는 세계화와 지역화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세계화가 정점을 찍었다는 의견도 많지만, 세계화의 흐름이 어느 한 순간에 바뀌진 않을 것입니다. 또 세계화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지속되고, 수입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또한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국가들도 많아, 세계화의 진행이 더뎌질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중요도 상승이나 로컬 제품 선호 등 소비자들의 니즈 변화에 따른 지역화 역시 나타나고 있어 기업들의 빠르고 유연한 대처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 세계화 공급망과 커뮤니티 공급망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다변화 전략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2023년 입소스 글로벌 트렌드> 시리즈 2편인 ‘데이터 보안’, ‘기술 혁신’, ‘세계화’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3편에서는 ‘분열된 세계'와 ‘자본주의', ‘불확실성과 불평등’에 대한 트렌드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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