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원 경쟁의 핵심, 핵심광물을 둘러싼 ‘민주주의의 역설’
왜 대중의 인식을 간과해서는 안 될까
복잡한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현실을 측정해야 합니다. 핵심광물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빨라지는 지금, 새로운 자원 경쟁에서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동의를 얻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각국 정부와 정책 결정자, 기업들은 구리, 리튬, 갈륨, 희토류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주 소환되는 사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산업 총동원과 1970년대 오일쇼크입니다. 지금도 그때만큼 상황이 시급해 보이고 대응 논리도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두 사례를 현재의 핵심광물 경쟁에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역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대중이 직접적인 위협을 체감했고, 이것이 사회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 역시 사람들이 주유소에서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을 직접 경험하면서 정부의 대응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핵심광물 경쟁은 다릅니다. 많은 정부가 전시 상황에 가까운 속도로 대응하고 있지만, 대중이 느끼는 위기감은 그만큼 크지 않습니다. 정부가 느끼는 긴급성과 국민이 체감하는 긴급성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것, 이것이 핵심광물 경쟁이 안고 있는 ‘민주주의의 역설’입니다.
상황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중국은 20개 핵심광물 가운데 19개의 정제 시장에서 평균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이러한 공급 집중이 어떤 위험을 만들 수 있는지 경험했습니다.
2025년 중국의 수출 통제로 미국의 희토류 영구자석 수입이 급감하자 생산 현장에도 영향이 나타났습니다. 포드는 공장 한 곳의 가동을 3주 동안 중단해야 했고,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자석 부품을 기다리는 출고 직전 차량이 주차장에 쌓이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정부 역시 대응에 나섰습니다. 중국의 수출 통제가 미친 영향을 확인한 뒤 미국 국방부는 미국 희토류 자석 제조업체 MP Materials의 지분 15%를 인수했습니다. 10년 전 정상적인 시장 환경이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웠을 조치입니다. 전시나 대규모 위기 상황에서나 볼 법한 대응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문제는 전시 동원 체제는 국민이 위협을 직접 느끼고 정부에 명확한 행동 권한을 부여할 때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핵심광물 문제에서는 위협이 실제로 존재하더라도 일반 국민에게는 여전히 멀고 추상적으로 느껴집니다. 정부와 기업이 사업 추진에 필요한 사회적 동의를 충분히 얻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부족했습니다.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위험
입소스는 핵심광물 개발의 전략적 필요성과 실제 지역사회가 이를 받아들이는 정도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파나마의 코브레(Cobre) 구리광산은 대규모 시위 이후 운영이 중단됐습니다. 세르비아의 24억 달러 규모 야다르(Jadar) 리튬 프로젝트 역시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 개발이 멈춘 상태입니다.
ERM이 2025년 9월 핵심 광물 채굴 프로젝트를 분석한 결과, 프로젝트 지연의 26%는 이해관계자의 반대와 관련돼 있었습니다. 이러한 지연은 사업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투자비가 30억~50억 달러 규모인 광산 프로젝트의 경우, 일정이 일주일 늦어질 때마다 순현재가치(NPV)가 약 2,000만 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역사회의 반대로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정부가 시위에 대응하면서 사업 가치가 떨어지는 사례는 모두 대중의 인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보여줍니다.
프로젝트 지연은 실제 재무 성과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투자비 30억~50억 달러 규모의 광산 프로젝트는 지연될 때마다 매주 약 2,000만 달러의 순현재가치(NPV)를 잃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프로젝트 지연의 26%는 이해관계자의 반대와 관련돼 있습니다.
출처: ERM, “Mission Critical: Building resilient mines for a modern society”, 2025년 9월
광산 개발의 위험은 해당 사업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환경이나 인권 문제를 안고 있는 광산에서 니켈을 공급받는 기술기업이라면 단순한 조달 차질 이상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EU 배터리 규정과 강화되는 Scope 3 공시 요건 등을 고려하면 규제 준수, 평판, 나아가 법적 리스크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공급망의 시작점인 광산에서 사회적 동의를 얻지 못하면 그 위험은 최종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핵심광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무엇이 그 인식을 만들고 또 변화시키는지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부가 약속하는 정책과 실제 국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된 수준 사이의 간극 역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10년의 자원 경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자본이 가장 많은 국가나 기업, 가장 유리한 광물 자원을 가진 곳, 가장 공격적인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곳만은 아닐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사회적 동의를 확보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