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본 2025년: 5가지 시사점
올해는 마치 비행을 하다가 난기류를 만난듯한 느낌의 한 해였습니다.
트럼프 2.0 시대의 부상 이후,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정책이 불러온 충격이 이어졌고, 생활비 위기는 여전히 사람들의 일상을 짓눌렀습니다.
2025년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부터 동남아시아에는 참속한 홍수가 이어졌으며 , 호주에서는 대규모 총격 사건이라는 비극도 있었습니다. 다만 앞으로 난기류는 조금 잦아들 수 있다는 신호도 보였습니다. 가자 지구 평화 계획이 추진 중이고, 일부 국가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 합의를 맺었고,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아래에서는 2025년을 두고 전 세계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살펴보고, 2026년에는 무엇이 펼쳐질지에 대한 몇 가지 전망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1. 한 번 오른 물가, 정상화는 시간이 필요하다
2020년 초만 해도 인플레이션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큰 이슈가 아니었습니다. 2020년 1월 기준, 전 세계 평균 11%만이 인플레이션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은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휴지부터 자동차까지 거의 모든 물가를 끌어올렸고, 팬데믹 이후의 소비 확대에 더해 저금리 환경, 그리고 인건비·원자재 비용 압박까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2023년 2월 정점을 찍었습니다. 당시 29개국 응답자의 평균 43%가 인플레이션을 우려한다고 답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생활비에 대한 걱정이 32%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러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다시 불씨를 키웠습니다.
그럼에도 2025년이 마무리되는 현재,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이번 달 30%로 다소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2020년대 초반보다 19%포인트 높은 수준입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2020년 1월 수준으로 다시 내려갈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입소스 생활비 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30개국 평균 10명 중 6명(59%)이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또는 “재정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26%는 자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상 수준으로는 결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2. 기후 위기, ‘걱정’은 줄고 ‘체념’이 늘었다
생활비 부담이 당장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기후 위기는 상대적으로 관심의 뒤편으로 밀려나 있는 모습입니다.
2020년 초에는 전 세계 평균 16%가 기후변화를 시급한 이슈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우려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023년과 2024년 연이어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고, 홍수, 폭염, 산불이 끊이지 않았는데도, 기후변화를 ‘주요 걱정거리’로 보는 비율은 현재 13%에 그칩니다.
분위기는 어딘가 냉소적입니다. “걱정은 되지만, 달라질 것 같진 않다”는 식의 체념이 퍼진 듯합니다.
입소스가 매년 실시하는 지구의 날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됩니다. 2025년 전 세계 평균 64%는 “나 같은 사람들이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다만 개인 책임을 처음 물었던 2021년의 75%와 비교하면 9%포인트 감소한 수치입니다. '해야 한다'는 공감은 여전하지만, 그만큼의 확신과 동력이 줄어든 셈입니다.
신뢰도도 문제입니다. 기업이 내세우는 제품·공정의 환경 관련 주장에 대해 “믿을 만하다”는 응답은 22%로, 4명 중 1명도 안 됩니다. 정부에 대한 평가는 더 명확합니다. 2025년 기준으로 “정부·기업·시민이 어떻게 역할을 나눠 함께 대응할지, 국가 차원의 뚜렷한 계획이 있다”고 보는 사람은 32%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기후 대응은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지구를 다음 세대가 물려받게 될지는, 개인·기업·정치가 각자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3. AI는 설렘과 불안을 동시에 키운다
젊은 시절이 늘 쉽지만은 않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버겁게 느껴지는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거리 어딘가에서 계속 울리는 자동차 경보음처럼 기후 위기는 배경에서 끊임없이 존재하고, 당장의 걱정들은 Z세대의 스마트폰 화면 위로 실시간으로 올라옵니다.
많은 직장인, 특히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인공지능(AI)입니다. 최근 입소스 AI 모니터(Ipsos AI Monitor)에 따르면, Z세대 응답자의 거의 절반(30개국 평균 45%)이 “향후 5년 안에 AI가 내 일자리를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밀레니얼도 비슷한 수준으로 뒤를 이었고(39%), 전체 응답자 중 10명 중 6명(59%)은 “AI가 향후 5년 안에 내가 지금 하는 일을 ‘하는 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모든 전망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38%는 앞으로 3~5년 사이 AI가 “내 일을 더 나아지게 만들 것”이라고 봤고, 전체 응답자의 52%는 AI를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가 “기대된다/흥미롭다”고 답했습니다.
입소스 퍼블릭 어페어(Public Affairs) 글로벌 CEO인 대럴 브리커(Darrell Bricker)는 입소스 2025년 연말 결산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인공지능은 풍요와 치료를 약속하지만, 동시에 일자리, 프라이버시, 자율성을 위협합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인공지능이 자신들의 삶을 망치고 있다고 믿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모두 사실입니다.
4. 엇갈리는 Z세대 남녀, 벌어지는 간극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요즘, Z세대 여성과 남성의 움직임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며 엇갈림이 더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입소스 글로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젊은 남성과 여성은 여러 사회 및 정치 문제 에 대해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맨플루언서(manfluencer)’와 ‘트래드와이프(tradwife)’ 같은 키워드가 Z세대의 SNS 피드를 가득 채우는 시대인 만큼, 온라인에서의 양극화가 현실로 스며드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의 시간(Adolescence)'은 요즘 청소년 문화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처럼 갈등과 분열이 두드러진 환경 속에서, 입소스가 매년 세계 여성의 날에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젊은 남녀의 시선 차이는 여전히 큽니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를지 여부부터, 성평등을 위해 남성에게 ‘지나치게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까지, 여러 지점에서 기성세대보다 더 큰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Z세대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은 집단이 만 30세를 맞이합니다. 많은 Z세대가 대학 캠퍼스를 떠나 사회생활을 시작함에 따라, 젊은 남녀 간의 격차가 지속될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입니다.
5. 행복의 조건: 관계와 경제
팬데믹부터 인플레이션까지, 지난 몇 년간 모두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입소스가 매년 실시하는 행복도 조사에 따르면, 30개국 평균 응답자의 71%가 '나는 행복하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소득 수준에 따라 격차는 분명했습니다. 저소득 가구에서 행복하다고 답한 비율은 62%로 가장 낮았고, 중간소득층(71%)과 고소득층(75%)에 비해 뒤처졌습니다.
또한 불행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단연 경제적 상황(58%)이 꼽혔고, 그다음은 정신 건강과 웰빙(30%)이었습니다.
물론 “돈이 행복을 사는 건 아니다”라는 말이 있지만, 적어도 이번 데이터에서는 돈이 행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좀 더 기분 좋은 소식으로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공짜'라는 말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행복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인으로는 가족·자녀와의 관계, 그리고 인정받고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것이 꼽혔습니다.
앞으로 12개월도 분명 어느 정도의 난기류는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지평선 너머로는 조금 더 맑은 날이 기다리고 있다고 내다봅니다.
30개국 평균 71%(거의 4명 중 3명)가 2026년이 2025년보다 나을 것이라고 답했고, 모든 조사 대상국에서 과반이 같은 전망을 했습니다.
다만 돈과 경제 전망은 좀 더 ‘흐린 하늘’에 가깝습니다.
입소스의 'What Worries the World' 모니터를 보면, 자국의 현재 경제 상황을 “좋다”고 평가한 비율은 30개국 중 20개국에서 전년 대비 같거나 상승했지만, 10개국에서는 경제 체감이 악화됐습니다. 동시에 전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히 갈립니다. 49%는 내년 세계 경제가 올해보다 강해질 것이라고 본 반면, 51%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48%는 자국이 2026년에 경기침체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고, 33%는 그 가능성이 낮다고 봤습니다.
2025년이 보여줬듯, 결국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습니다.
안전벨트 단단히 매세요!
멜리사 던(Melissa Dunne)은 입소스(Ipsos) 캐나다의 선임 데이터 저널리스트입니다.
지난 한 해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는 Ipsos Year in Review 2025 와 연말 웨비나를 확인해 보세요 .
*Z세대(1996년~2012년 출생), 밀레니얼 세대(1980년~1995년 출생), X세대(1966년~1979년 출생), 베이비붐 세대(1945년~1965년 출생).